중학생 때 구매한, 몇만원짜리 중심상조차 흐리고, 상이 어두워서 흐린 날에는 쓰지 못하는 망원경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두루본광학 사이트를 찾았습니다.예산은 30만원대,등급표를 보고 별 2개 라인업 중에서 고르면 되겠구나 하는 결론이 1차적으로 나왔지요.'나는 산지에서 걸어다닐 예정이니 경량화를 위해 32mm'냐 '그래도 시각적인 품질을 좀 더 확보하고 싶으니 42mm'냐 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아쉬울 것 없는 체험을 위해 42mm 구경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그리고 나선 3개의 제품들을 놓고 극심한 곶통의 저울질을 시작합니다."여기 사장님 이 분류해놓은 기준으로 같은 등급끼리 성능은 대동소이 하다는데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고 100그램정도 더 무거워도 10만원이나 세이브되는 킹옵트로 갈까?""액티브하게 쌍안경 들고 막 돌아다닐 건데 제일 가벼운 샤스타릿지가 답인가?""보텍스 다이아몬드백은 첫인상이 제일 마음에 드는데 셋 중에 제일 비싸다."아주 머리가 터질려고 합니다.원래 택배를 시켜놓고도 옳은 선택인가를 고민하는 편집증적인 쇼핑을 하는 편이라 오랜 노하우로 상세한 답변을 해준다는 사장님과 연락을 해보려다가,제품 사양 표를 보고 큰 깨닳음(?)을 얻고 보텍스 다이아몬드백으로 확고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제게 결심을 굳힌 키워드는 바로 '가장 짧은 최소초점거리'였습니다.다른 제품들 4미터, 3미터, 짧으면 2미터 이상인데 혼자 1미터대 라는 압도적인 최소초점거리가 확보되는 것이 매력 이였지요.그럼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아니 쌍안경을 들고 고작 3~4걸음 앞을 볼 필요가 있냐? 그정도면 맨눈관찰이 훨씬 편하지 않냐?"글쎄요? 제 경우는 제 키보다 짧은 초점거리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였습니다.데이터 절약모드랑 절전모드를 쌍으로 켜 놓은듯한 화질의 망원경을 쓰던 나날 동안 아쉬웠던 부분을 차근차근 따져보면 한구석에 "곤충 좀 더 편하게 보고싶다."라는 생각이 있었지요.번데기에서 나온 녀석들이 날개 말리는 장면, 가느다란 풀 위에 앉아있는 잠자리가 풀을 어떻게 움켜쥐고 있는가 같은 장면들은 포충망과 루페, 맨눈 등으로는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 없습니다. 잡아 가두면 자연스러움을 잃고 날개가 찢어지며, 눈으로 디테일한 부분이 보일 거리까지 다가가면 도망가기 때문이지요.그런 이유에서 다이아몬드백의 짧은 최소초점거리는 저에게는 다른 쌍안경보다도 폭 넓은 '자유로움'을 주는 옵션이었습니다.받아 들고 공원에 나가 보니 아니냐 다를까 흐린 날인데도 아주 끼깔나더군요.여러분이 접사 수준의 이미지를 보는 취미가 없다면 다른 선택지가 아주 많습니다.그러나 저에게는 이 쌍안경이야말로 올바른 정답이었습니다.